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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쿠아카] 생일
*12월 5일 아카아시 케이지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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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지 않은 방 안에 카랑하게 울려퍼지는 알람시계에 아카아시 케이지는 얼굴을 한껏 구기며 눈을 떴다. 창문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만 보면 여느 봄날의 하루 같았다. 아카아시는 선반으로 더듬더듬 손을 뻗어 그칠 생각을 않는 알람시계를 껐다. 아카아시는 약속이 없는 오늘 알람을 맞춰둔 것은 분명히 계획해둔 것이 있었을 텐데, 라며 기억을 짚었다.
 그때 문득 뇌리를 스쳐간 것이 하나 있었다. 대청소. 겨울 외투를 꺼내고 얇은 옷들을 넣는 일은 지금 하기에는 확실히 늦었다. 11월 중순에서 하순이 보통. 아카아시는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질 수도 있다며 스스로를 타협하고서 청소를 미뤄두었다. 전날 저녁에 갑자기 오기가 돌아 청소를 해야겠다며 옷장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돌연 귀찮아져서 오늘로 미룬 것.
 아카아시는 오늘이 아니면 새해가 올 때까지 청소를 못할 듯 싶어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흐릿한 시야에 한 번 더 선반을 더듬어 안경을 찾아썼다. 제법 길어진 앞머리를 왜 집에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는 미용실 핀으로 고정시켰다. 아카아시는 창고에 박혀있던 옷 바구니와 버릴 옷을 담기 위한 비닐봉지까지 꺼내들었다.
 학생들이 학교로 등교를 할 시간 즈음부터 시작된 청소는 해가 중천에 떠서야 겨우 마무리 되었다. 버릴 옷이 어째서인지 쓰레기 봉투에 한가득 담겨 있는 것을 보고 아카아시는 수거함에 버리고 와야겠다며 슬리퍼를 신고 집을 나섰다. 평일 한낮의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사람이 없었다. 아카아시는 편의점에서 대충 도시락을 사왔다.
 집에 도착해서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전원 코드를 꼽으려고 할 때였다. 잠잠하던 아카아시의 휴대폰이 진동 소리를 내며 울렸다. 아카아시는 코드를 꼽다 말고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본가에서 온 전화였다. 아카아시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제 어머니였다. 12월 5일. 아카아시의 생일날에 매번 이쯤에 전화가 온다. 아카아시는 무언가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어머니의 말에 괜찮다며 주말에 내려가겠다고 답했다. 짧은 전화 통화가 끝나고 아카아시는 도시락을 먹을 기분이 도저히 나지를 않아 전자레인지 안에 그대로 두고 방으로 돌아왔다. 잠이라도 청하는 게 낫겠다 싶어 아카아시는 눈을 감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아카아시의 생일에는 항상 부원들과 함께 보냈다. 졸업한 뒤에도 이년 정도까지는 대부분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 뒤로는 취업을 한 사람과 대학에 다니는 사람이 나뉘고 각자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어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작년의 생일에는 아카아시가 본가에 내려가서 모이지 못한다는 말을 먼저 부원들에게 전했다. 만나지 못했으니 메일로 생일카드를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올해 생일에는 아카아시가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조금씩 달라져가는 모습에 이질감이 들었던 것일 수도 있다. 차라리 혼자 보내기를 택한 아카아시는 생일인 것을 잊으려 했다. 그런 와중에 집에서 전화가 온 것이었다.
 아카아시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캄캄해진 뒤였다. 아카아시는 시계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부재중 전화가 13통이 와있었다. 아카아시는 당황하며 발신자를 확인했다. '보쿠토 선배'. 보쿠토였다. 아카아시는 급하게 보쿠토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이긴! 지금 집이야?"
 "네, 그런데요."
 "다행이다. 나 지금 아카아시 집 앞!"
 집 앞이라는 보쿠토의 말에 아카아시는 놀라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제 눈앞에는 선물과 케이크를 들고 있는 보쿠토가 있었다.
 "생일 축하해!"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말에 오늘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Posted by Wint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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